대장암 일기 #2 삼성서울병원 첫 내원, 검사, 암환자 산정특례, 입원준비
10월 2일 추석연휴와 개천절 사이에 낀 대체휴일인 월요일.
우리는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오전 9:10분 표대희 교수님 예약.
가기 전에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또 엄청 찾아보고 유명한 교수님들 이우용 교수님, 김희철 교수님 등 알게 되었지만 병원에서 연계해서 예약해 줘서 교수님을 따로 지정할 수는 없었다. 유명한 병원에 계시는 교수님이니 믿고 가는 수밖에.
아이들은 전날 밤부터 맡겨두고 아침에 덤덤하게 오빠랑 준비하고 병원으로 갔다.
연휴라 차가 밀리지 않아 8시 반쯤 일찍 도착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건물이 따로 있어 그곳에 주차하고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사람 엄청 많음.
일단 어리버리 대장센터라는 곳에 찾아갔으나, 처음 왔으면 첫 방문 센터를 가야 된다고 함.
삼성서울병원 처음 가시면 첫 방문센터부터 들리세요!
암병원 1층 정문 바로 앞에 있음. 우리는 지하주차장에서 올라가서 대장센터부터 보였다.
첫 방문센터를 가면 가지고 온 CD(조직검사 관련)를 복사해 주시고, 상담실장님이 먼저 상담을 한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하시는데, 몸 상태나 오게 된 경위 같은 걸 물어보시고 그게 끝나면 다시 대장센터로 가서 접수 후 대기한다.
그리고 드디어 교수님 만남. 별다른 얘기는 없고, 대장내시경 한 얘기하고, 가지고 온 자료 보시고 대장암이 맞다고 해주시고 각종 검사를 하고 다시 보자고 말씀하심.
그리고 나와서 간호사님께 각종 검사받는 설명 듣고 이 날 CT랑 방사선검사, 심장, 폐기능검사, 채혈, 소변검사 모두 다 끝냈다.
검사 목록. 엄청 많지만 다 끝내는데 1시간도 안 걸린 듯. CT 기다리는 게 좀 걸리고 나머지는 그냥 일사천리.
그리고 산정특례라고 암 환자에게 적용되는 게 있는데 이건 진료비 부담이 높은 암 등 중증질환자, 희귀 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에 대하여 본인 부담률을 경감하는 제도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항목 중 본인일부부담금에 대하여 5년간 본인부담률 5%를 적용해 준다고 하는데, 비급여항목이나 선별급여, 전액 본인 부담금은 혜택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런 제도를 전혀 몰랐으나 병원에서 알아서 등록해주심. 역시 대형병원이야.
이날 CT찍고 뭐 하고 검사한 것도 얼마 안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신랑이 병원에 있어 추후 다시 기록예정.
검사 끝내고 지하 식당에 뭐 있나 먹으러 옴.
이날 검사를 대비해 전날 저녁부터 금식하라고 해서 신랑 배가 텅텅 비어있었다.
맛있는 거 많아보이는데 이날 휴일이라 그런지 되는 메뉴가 몇 개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오는 길 휴게소에서 사 먹음.
이날 검사 한 것은 10월 16일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16일로 예약해 놓고 돌아옴.
그리고 16일에 아기들과 온 가족 총출동(평일이라 아이 봐줄 사람이 없었다.) 예정이었으나, 우리 첫째가 감기에 걸려 열이 3일 동안 나는 바람에 못 감.... 이것도 일주일 전 우리 둘째가 감기에 걸려 4일 열났는데 그게 옮은 듯. 혹시 코로나였나? 우리가 걸리고 아이들은 안 걸렸었는데 대략 10일~2주 정도 지난 뒤 아이들이 다 감기 걸려 열나고 아팠다.
우리 가족 앞으로 건강만 해 ㅠㅠ....
어쨌든 오빠 혼자 결과 들으러 16일 월요일 새벽같이 집에서 나갔다. 월요일 출근길 경부고속도로 무서워.
나는 애들 집에서 보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두 근 반 세 근 반 기다렸는데 결과는!
다행히 전이 없고 다른 장기 모두 깨끗함. 전이가 없으면 일단 4기는 아니다.
대장암은 특이하게 수술 후 떼어낸 부분을 다시 조직검사한 뒤에 병기를 알 수 있다.
교수님께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은지 여쭤보니 대략 2~3기 정도로 보이며 림프절 몇 곳이 부어 보이나 암 때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고 나중에 수술 후 봐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초기는 아닌 것 같다고 하심.
어쨌든 전이가 되지 않았다는 것에 천만다행!
그리고 로봇수술과 복강경 수술 중 수술방법을 선택해야 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로봇수술이 좋다기에 로봇수술로 하자~ 했으나 로봇수술은 비급여에 수술비가 대략 1400만 원 정도 한다.^^
그래서 복강경수술로 선택함. 수술날짜는 10월 27일. 로봇수술을 하면 10월 20일에 할 수 있었는데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쨌든 운명처럼 10월 27일에 대장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날은 또 내 생일이었다... 참 대단한 우연.
입원은 수술 전날인 26일. 어쨌든 검진결과받고 입원까지 대략 10일 정도 걸림.
구깃구깃 서류 막 찍었더니 그림자가 엄청 졌네.
입원 예약은 모바일로 안내된다고 하는데 정말 모바일 링크를 통해서 원하는 병실을 선택할 수 있었다.
우리는 로봇수술도 안 받는데 1인실이나 입원하자! 하는 마음으로 1인실을 신청해 두었다.
그리고 신랑은 이 와중에도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입원하는 주 월요일부터 병가를 내고 쉬게 되었다.
그래서 애들 유치원, 어린이집 보내고 입원전날까지 3일 동안 점심때 맛있는 거 사 먹었다.
입원 전날 저녁까지 평소처럼 먹고 입원하는 날 아침에는 소고기뭇국에 밥 말아서 가볍게 먹고 12시 이후로 금식했다.
입원 준비는 신랑이 삼성서울병원 퇴원 후 요양병원까지 갈 생각이라 거기 가서 쓸 짐까지 챙겼다.
일단 지금 병원을 다녀오고 난 뒤 작성하는 거라 병원에서 썼던 것 중에 유용한 걸 적어보면,
환자 :
1. 빨대 달린 물병 또는 빨대랑 물컵. -> 제일 필요했는데 안 챙김. 일단 수술날은 물도 못 먹었으나 그다음 날부터는 물만 먹음. 근데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또 물에 체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마셔야 됨. 그래서 빨대가 꼭 필요했다.
근데 1인실 병실에 빨대달린 물통 비품으로 줌. 요긴하게 썼다.
2. 실내화 -> 크록스 말고 미끄럽지 않은 실내화로 준비해야 된다. 수술 후 걷기 운동 많이 해야 되는데 미끄러우면 위험하고 크록스는 병원에 안된다고 쓰여있다.
3. 티슈나 물티슈, 개인 세면도구 -> 일단 휴지는 병실에 없다. 병실 화장실에는 있음. 휴지는 어떤 상황이건 있으면 좋기 때문에 휴지 챙기는 게 좋고 물티슈도 있으면 좋다. 개인 세면도구는 챙겼으나 씻기는 녹록지 않다..
1인실 병실일 경우 개인 세면도구 또한 비품으로 포함되어 있음.
환자는 대부분 누워있고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이 정도가 제일 필요했던 것 같음. 나머지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챙기면 좋을 듯.
보호자 :
1. 침구류 -> 1인실 가면 필요 없음. 그러나 2인실부터는 베개, 이불 아무것도 없음.
2. 일회용 수건 -> 일회용 수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사서 갔는데 가서 쓰고 버리면 돼서 짐이 되지 않고 너무 쓰기 좋았다.
주방에서 쓰는 빨아 쓰는 일회용 행주, 스카트 같은 재질이었으나 나는 너무 잘 썼음. 수건 쓰고 젖은 거 말리고 다시 챙겨 오고 할 필요 없어 좋았다.
3. 아이패드 or 갤럭시패드 등 -> 보호자는 너무 할 게 없다. 초반에 환자는 아파서 잠만 잔다. 시간을 보낼 것 필요함. 나는 챙겨가서 넷플봤다. 다인이 쓰는 병실이라면 이어폰도 챙겨가는 게 좋다.
가장 유용하게 쓰고, 제일 있어서 좋았던 것만 적어보았다. 나머지는 알아서 자신에 맞게 챙기면 될 듯.
나는 보호자 슬리퍼와 갈아입을 옷 여러 벌, 책도 가져갔었다. 식사는 따로 안 챙겼는데 보호자 식사는 15000원이고, 대장암 환자는 제대로 된 식사가 나오질 않으니 (신랑은 수술당일 금식, 수술 1~2일 차 물만 먹음, 수술 3일 차 하얀 죽, 수술 4일 차 건더기죽 순서로 나왔다. 제대로 된 식사는 퇴원 하루 전에나 나올 듯) 보호자가 먹을 햇반이나 김 같은 걸 챙겨 오기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지하식당에 가서 먹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사 먹었다.
어쨌든 이렇게 입원준비 완료.
세번째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