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일기 #1 혈변 증상 대장내시경 후 대장암 판정, 두번째 코로나, 대한민국 5대 병원
시시콜콜 내 블로그에 대장암 일기가 등장하다니 정말 놀랄 노자다.
블태기에 블로그를 놀리다가 9월 들어 다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정말 별일이 다 생겨 또 공백이었다가, 대장암 일기로 다시 블로그를 적어 내려가본다.
내가 찾아본 것처럼 찾아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나의 기록이기도 하다. 정말 말 그대로 대장암 일기.
일단 대장암에 걸린 사람은 나의 신랑이다. 만 38세 젊은 남성.
언제부턴가 화장실을 가도 가도 너무 자주 감.
원래도 화장실을 자주 갔었고 가면 오~래 걸리고, 주변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신랑들은 다 그렇게 화장실을 자주 가고 화장실에 오래 있더라. 그래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다느니, 화장실에 가도 변이 시원하게 안 나온다느니 하는 말이 자주 들려오기 시작한 건 이번 여름.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는 변비가 좀 있다고 생각해서 식단에 야채를 좀 더 첨가해야겠다 생각했고, 오빠에게도 유산균 2알씩 먹어보고 물 많이 먹으라고 얘기해 주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던 9월 어느 날, 신랑이 퇴근하고 와서는 내일 병원에 좀 가봐야겠다며 오늘 회사에서 볼일을 볼 때 피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게 아닌가?
나는 볼일 볼 때 피가 나왔다는 말은 처음 들어서 치질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뭐 피가 종종 나왔었는데 오늘 진짜 너무 많이 나와서 빈혈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니 피가 나왔었다고?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그럼 진작 말을 했어야지?
여름에 뭔가 속이 불편한 것 처럼 얘기했을 때도 병원에 다녀왔었다. 그때도 약을 좀 먹었었는데, 그때도 피가 나오고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그때도 피를 보긴 봤다고 근데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어서 병원에 얘기는 안 했다고.
하여튼 그때도 피라는 말에 놀라긴 했지만, 지독한? 치질이겠거니 했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다녀왔는데 대장내시경을 해야 된다며 약을 받아왔다.
그래서 금식 후 대장내시경 약을 먹고 속을 싹 비운 뒤 또 다음날 대장내시경을 받고 옴.
받고 들어오는 신랑에게 병원에서 뭐래~? 이랬더니 이 오빠가 냅다 던진 말은 " 암인 거 같다는데? "
???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갑자기 암? 병원에서 뭐라고 했는데? 다시 캐묻자 대장내시경을 하는데 앞쪽에 무슨 커다란 궤양 같은 게 있어서 내시경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볼일을 볼 때 변이 그 궤양을 건들면서 나와 거기서 자꾸 피가 나오는 거라고 했다. 일단 그건 조직검사를 보냈다고. 며칠 뒤 검사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치질인 줄 알고 병원에 보냈는데 암? 나는 처음에 오빠 말을 믿지 않았고 오빠가 나를 겁주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아니~ 궤양이겠지 무슨 암이야? 그냥 부정했는데 3일 뒤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암이었다.
3일 동안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은 나.
신랑한테 암인 거 같다는 말은 의사 선생님이 한거야? 물어보니 의사 선생님이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는 말에, 아 의사선생님이 그런 말을 한 걸 보면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결과가 나오기 까지 대장암에 대해 찾아보기도 엄청 찾아봤다.
지금 이렇게 증상이 나와서 갔는데, 이 정도면 대체 얼마나 진행된 건지. 낮에는 애들이랑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밤에 얼마나 찾아봤던지. 대장암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3일 만에 준박사가 됐다.
찾아보며 맞다고 나오면 어느 병원에 가야 되나도 엄청 찾아봄.
덕분에 우리나라 5대 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도 알게 됨.
하튼 우리는 서울이 가까운 편이라 어디든 괜찮았으나, 마침 내시경 받은 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과 연계를 맺고 있어 예약을 잡아주었다.
여기까지 정리.
간간히 혈변을 보기 시작한 건 대략 2~3달 정도, 하루종일 본 후 9월 19일 병원 내원. (증상: 혈변, 복부 불편함)
9월 20일 대장내시경 - 9월 22일 조직검사결과 암 판정 - 10월 2일 서울삼성병원 첫 내원
그리고 대박인 건 조직검사결과 암 판정받기 전 날 신랑 코로나에도 걸려버림.
코로나인 줄 모르는 몸살에 시달리다가 조직검사결과 암 판정받고 키트 해보니 두 줄.
그리고 나도 같이 걸려버렸다. 두 번째 코로나. 이 무슨 겹불행?
오빠가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팍스로비드.
말만 들었지 처음 봤다. 암환자라서 처방해 준 걸까?
나는 작년 첫 번째 코로나 무증상, 이번 두 번째 코로나는 심한 몸살 하루, 그리고 특별히 아픈 데는 없었는데 열이 3일을 갔다. 열 때문에 무기력함 추가. 나는 타이레놀과 목앤으로 이겨냈다. 목앤 너무 좋다. 목 아프기 시작해서 뿌렸더니 아픈 게 오래가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하여튼 그래서 추석연휴에 원래 신랑의 할머니를 뵈러 멀고 먼 길 떠나려 했으나 못 가게 되었고, (대장암이라고 해서 갈 기분도 아니었긴 했다.) 10월 2일 사이에 낀 연휴에 병원을 가야 하는데 아기들을 데리고 갈 수 없어 친정에 맡겨야 했기에 추석에 우리 부모님을 만나 미리 말씀드렸다.
모두가 놀랐던 대장암 판정.
일단 나는 대문자 F임에도 (MBTI) 너무 냉정하게 마음을 다잡고 이미 이렇게 된 것 앞으로 이겨내 보자! 에 불타버렸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음) 신랑은 원래 T이긴 하지만, 무척 당황스럽고 정말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해진 날 보며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본인도 그냥 앞으로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친정부모님은 정말 너무 놀라심. 그런데 너무 덤덤? 한 우리를 보며 크게 내색하지 않으려 하셨지만 다 보였음.
우리가 동요하면 모두가 너무 걱정하고 슬퍼질 것 같아 나랑 오빠는 늘 평소 같은 페이스로 지냈다.
시댁에는 추석연휴가 지나고 알리기로 함.
그리고 삼성서울병원 내원을 했다.
두번째 이야기 ↓